나는 예술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재료가 활용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에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 새로운 재료들은 신선한 연상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고유한 물성과 특유 성질을 지니며, 이는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 다른, 제 3의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 로버트 라우센버그
I like seeing people use materials that one’s not accustomed to seeing in art. That has a particular value. New materials have fresh associations, physical properties and qualities that have built into them the possibility of forcing you or helping you do something else.
– Robert Rauschenberg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이번 전시를 통해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금속 작품 중에서도 주요 작품군으로 여겨지는 <코퍼헤드(Copperhead)>(1985/89) 연작을 선보인다. 구리 지지대를 활용한 일련의 페인팅 작품들은 총 12점으로 구성된 <코퍼헤드 바이트(Copperhead-Bites)> 연작으로부터 기인하며, 1985년에 제작 및 선보여진 이래 처음으로 함께 전시되는 8점의 <코퍼헤드 바이트>가 본 전시의 주축을 구성한다.
The first of Rauschenberg’s 15 metal series, the Copperhead-Bites mark the artist’s early experimentation with creating images directly on sheets of metal using silkscreen printing techniques, acrylic paint, enamel and tarnishing agents. The technical innovation achieved through the fabrication of these works is foregrounded in the double-meaning of the title of the series: it references both the venomous bite of the snake native to North America and the oxidising effect of the chemicals on the copper supports. As the artist explained, ‘the images were the bite on the copper.’
Copperhead-Bite XII / ROCI CHILE
코퍼헤드 바이트 XII / 로키 칠레, 1985
Silkscreen ink and tarnish on copper
245.8 x 124 cm (93.75 x 48.88 in)
〈코퍼헤드 바이트 IX〉, 〈코퍼헤드 바이트 VIII〉, 〈코퍼헤드 바이트 XII〉, 〈코퍼헤드 바이트 VI〉, 〈코퍼헤드 바이트 X〉 앞에 선 로버트 라우센버그. 《라우센버그 해외문화교류전: 로키 칠레》(1985) 전시 전경, 산티아고 국립미술관.
Robert Rauschenberg in front of Copperhead-Bite IX, Copperhead-Bite VIII, Copperhead-Bite XII, Copperhead-Bite VI, Copperhead-Bite X at the Rauschenberg Overseas Culture Interchange: ROCI CHILE exhibition,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Santiago, 1985.
<코퍼헤드 바이트>는 라우센버그 해외문화교류 프로젝트(Rauschenberg Overseas Culture Interchange project; ROCI)의 선상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라우센버그는 1984년과 1991년 사이 10개국의 나라를 방문하여 다른 문화권에 존재하는 예술 형태를 경험하고자 했으며, 각 지역에서 습득한 기법과 매체를 기반으로 제작된 신작을 해당 나라에서 선보이며 국제적인 전시를 진행하였다.
The Copperhead-Bites were produced as part of the Rauschenberg Overseas Culture Interchange (ROCI) project, designed to foster international collaboration through artmaking. Between 1984 and 1991, Rauschenberg travelled to ten countries outside of the United States with the intention of accruing knowledge about the artistic practices of different cultures. The techniques and materials he encountered informed new bodies of work that were presented in touring ROCI exhibitions held in the host countries.
라우센버그는 1984년 11월 로키 프로젝트 연구를 위해 칠레에 방문한 이후 구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구리가 칠레 경제에 중요한 원자재임을 알게 된 작가는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에 인접한 구리 광산과 주조 공장을 방문하여 다양하고 선명한 색조를 얻을 수 있는 변색 약품 활용법을 전수받았다. 그는 당시 습득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플로리다 캡티바 섬(Captiva)에 소재한 작업실로 돌아가 편평한 구리 판 위에 이미지를 만들어 12점의 <코퍼헤드 바이트>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일련의 작품들은 1985년 산티아고 국립미술관에서 개최된 ⟪라우센버그 해외문화교류전: 로키 칠레(Rauschenberg Overseas Culture Interchange: ROCI CHILE)⟫에 전시된 바 있다.
Rauschenberg first began working with copper following his ROCI research trip to Chile in November 1984. He learnt of the significance of the material to the country’s economy when he visited a copper mine and foundry near Antofagasta. He also learned how to apply tarnishing agents to copper from a local artist to create luminous tonal ranges. The experiences inspired him to experiment with creating images on flat copper sheets when he returned to his studio in Captiva, Florida. Here, he produced the 12 Copperhead-Bites for the exhibition Rauschenberg Overseas Culture Interchange: ROCI CHILE presented at the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Santiago in 1985.
Installation view of ROCI CHILE,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Santiago, 1985.
⟪로키 칠레⟫(1985) 전시 전경, 산티아고 국립미술관.
Copperhead-Bite IX / ROCI CHILE
코퍼헤드 바이트 IX / 로키 칠레 , 1985
Silkscreen ink, acrylic and tarnish on copper
247.7 x 123.8 cm (97.5 x 48.75 in)
라우센버그는 반사되는 소재나 오브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가 로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일궈낸 가장 큰 성과는 단연 빛나는 금속판 위에 다양한 이미지를 찍어내고, 이를 적절히 배치 및 구성해 기술적 그리고 시각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라우센버그와 그의 협업자들은 유색 및 도금 철판, 스테인리스, 광택 구리, 양극산화처리된 알루미늄에 이르는 다양한 금속 위에 아크릴과 애나멜 물감을 적용하고 더욱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끊임없이 강구하였다.
– 로이 리히텐슈타인 재단 이사 잭 코와트, 1991년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개최된 《ROCI USA》 전시 연계 도록에서 인용
… while the artist has long been interested in reflective materials and objects, it may be that Rauschenberg’s pervasive blending of complicated painted images on polished screenlike metals is the most important technical and visual development of ROCI… the artist and his collaborators constantly experimented with poured acrylic and enamel paints that were then heated to force a bonding on colored, galvanized, or stainless steel, shiny copper, and mirrored or anodized aluminium.
– Jack Cowart, Executive Director of the Roy Lichtenstein Foundation, in the exhibition catalogue for ROCI USA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1991)
<코퍼헤드 바이트>는 칠레의 일상을 담은 이미지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는 라우센버그가 프로젝트 연구 차 칠레를 방문했을 당시 촬영한 흑백 사진에서 추출한 것으로, 포장도로, 자갈길, 각종 표지판, 가게 가판대, 건축물 파사드, 동물 그리고 작가 작업 전반에 자주 등장하는 새 이미지까지 다양한 도상들이 담겨져 있다. 작품 표면에 흩뿌려진 변색 약품들은 구리 판 위의 회화적 붓놀림으로써 자리할 뿐만 아니라 금속 특유의 반사 성질을 저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실크스크린 기법의 매개 과정에 작가의 손길이 더해진다.
The Copperhead-Bites are populated with silkscreened images of everyday life in Chile which Rauschenberg captured in his black-and-white photographs taken during the ROCI research trip in November 1984. They feature cobbled streets, road signs, shop fronts, the facades of buildings, animals and, an enduring subject in the artist’s oeuvre, birds. Tarnishes, washed across the copper sheets, disrupt the reflective surface of the metal in painterly splashes of discolouration, juxtaposing hand-painted elements with the mediated process of silkscreening.
Copperhead-Bite VI / ROCI CHILE
코퍼헤드 바이트 VI / 로키 칠레, 1985
Silkscreen ink, acrylic and tarnish on copper
245.6 x 123.8 cm (93.75 x 48.75 in)
<코퍼헤드 바이트 VI / 로키 칠레>(1985)의 빽빽이 깔린 자갈과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촬영한 갈라진 땅의 이미지는 칠레 왜가리 이미지 아래 위치하며 일종의 질감을 가진 배경 역할을 한다. 특히 작가는 왜가리를 ‘엄청난 새’라 묘사하며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생명력과 결코 훼손되지 않을 듯한 정신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In Copperhead-Bite VI / ROCI CHILE (1985) images of tightly packed pebbles and the cracked earth of the Atacama Desert serve as a textured background for Rauschenberg’s photograph of a Chilean heron - a bird he described as ‘so grand. It seemed like they could survive anywhere and that their spirit would never be broken.’
작품 하단에는 레베카 마테의 "El Eco"로 익히 알려진 대리석 조각 <L’Enchantement>(1900)을 담은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산티아고 국립미술관 소장인 이 조각은 당시 라우센버그가 산티아고의 공원 파르크 포레스탈에 방문하여 촬영한 것이다. 마테의 조각 이미지는 거리의 그래피티 혹은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여자 그림과 함께 병치됨으로써 작품 내에서 일종의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작품 구성에서 라우센버그 특유의 유머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나 개인의 작업물을 본인의 작품으로 포섭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을 엿볼수 있다.
Underneath the heron, the copper support features a silkscreen of Rebecca Matte’s marble sculpture L’Enchantement (better known as El Eco, 1900). Now held in the collection of the Museo Nacional Bellas Artes, Santiago, Rauschenberg captured the work in Parque Forestal, an urban park in Santiago. Matte’s sculpture is juxtaposed with a loosely rendered graffiti figure or child’s drawing of a woman, establishing a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images. The composition asserts the humour that Rauschenberg weaves through his approach to artmaking, as well as his penchant for incorporating the product of other artists’ (or individuals’) hands in his own work.
Hawk-Eyed (Copperhead)
매서운 눈 (코퍼헤드), 1989
Silkscreen ink, enamel and tarnish on copper with bronze frame
123.8 x 245.7 cm (48.75 x 96.75 in)
라우센버그는 칠레의 이미지를 담은 동일한 세로 형태의 <코퍼헤드 바이트>에서 더 나아가 <코퍼헤드> 연작을 제작하였다. ⟪로키 칠레⟫ 이후 1989년에 제작된 <코퍼헤드> 연작은 구리 페인팅의 크기와 형태의 발전을 꾀한 작가의 실험 정신을 여실히 드러낸다. 라우세버그는 <매서운 눈 (코퍼헤드)>(1989)을 본인 작업 전반에서 가장 좋아한 작품 중 하나라 밝힌 바 있으며, 작품 화면에 등장하는 닭의 이미지는 박제된 가금류와 수탉을 사용해 제작한 초기 콤바인(1954-64)을 연상케한다.
The uniform vertical format and exclusive use of photographic imagery from Chile distinguishes the Copperhead-Bites from the wider Copperhead series. The latter demonstrates how Rauschenberg continued to play with the scale and format of his copper paintings following the ROCI CHILE exhibition. Hawk-Eyed (Copperhead) (1989) was one of the artist’s favourite pieces from his entire oeuvre and the prominent image of the chicken relates to earlier freestanding Combines (1954-64) which feature real taxidermied fowl and roosters.
세 개의 독립적 패널로 구성된 <사촌(Cousins)>(1989)은 금속 작업 중에서도 보기 드문 형태의 작품이다. 붉은 실크스크린 잉크로 찍어낸 해바라기 들판과 푸른 잉크를 사용하여 담아낸 들이치는 파도의 장면을 각각 상단 2개의 패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육지와 바다의 이미지를 담은 이 작품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부정할 수 없는 그들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는 작품의 제목으로 더욱 고조된다. 더불어 왼쪽 패널에 매달린 구리 오브제는 작가의 상징적 작품 <콤바인>에서 집약된 아상블라주(assemblage)에 대한 작가의 꾸준한 천착을 보여준다. 이러한 후기 <코퍼헤드> 연작은 버려진 금속을 활용한 작가의 조각 연작 <Glut>(1986-89/1991-94)과 같은 시기에 제작되었다는 점도 시사할 만 하다.
The multipart Cousins (1989) is a rare work on metal to feature multiple, unattached panels. Two of its three copper components are printed with, respectively, a field of sunflowers in red silkscreen ink and an image of waves splashing against a wooden pallet in blue. The title holds the interrelated images of land and sea in a relationship of kinship, despite their physical separation. In turn, a copper object suspended from the left silkscreened panel demonstrates Rauschenberg’s sustained interest in assemblage, as epitomised by his iconic Combines and the found metal incorporated in his sculptural Glut series (1986-89/1991-94), the latter created simultaneously with his later Copperhead works.
Cousins (Copperhead)
사촌 (코퍼헤드), 1989
Silkscreen ink and acrylic on copper with copper object and brass chain
173.5 x 281.5 cm (68.25 x 110.88 in)
구리 페인팅과 함께 라우센버그가 1984년 칠레를 방문해 직접 촬영한 흑백 사진을 선보이며 작가의 작업에서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혼재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상적인 주제와 역동적인 구성이 눈에 띄는 사진 연작은 매체에 대한 작가의 심도 깊은 이해도를 보여주는 예술 작품이다. 라우센버그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블랙마운틴 컬리지에서 헤이즐 라슨 아처에게 사사하며 사진을 접했다. 특히 그는 일상 생활의 면면을 포착하는데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으며, 미국 전체를 ‘인치마다’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기도 했다. 프로젝트의 규모로 실현되지 못했고 작가는 페인팅에 전념하게 되었지만 카메라는 이후 그의 작업 전반에 중요한 도구로 남았다.
A selection of Rauschenberg’s Chile photographs are presented alongside the copper paintings, evidencing the interrelated nature of different components of his practice. Characterised by their striking subject-matter and dynamic compositions, these photographs stand as autonomous works that demonstrate the artist’s skilful understanding of the medium. Rauschenberg first experimented with photography while studying under Hazel Larsen Archer at Black Mountain College in North Carolina. The artist was particularly interested in capturing aspects of everyday life - an impetus represented by his unrealised project to photograph the entirety of the United States ‘inch by inch’. Daunted by the scale of the project, he soon turned to painting. However, the camera remained a vital tool within his practice.
칠레, 1984
Gelatin silver print
Image: 33 x 48.3 (13 x 19 in)
Framed: 58.1 x 73.3 x 4.3 cm (22.87 x 28.85 x 1.69 in)
칠레, 1984
Gelatin silver print
Image: 33 x 48.3 (13 x 19 in)
Framed: 58.1 x 73.3 x 4.3 cm (22.87 x 28.85 x 1.69 in)
라우센버그는 60여 년의 예술 인생에 걸쳐 자신의 작업에 다양한 매체와 혁신적 기술을 도입하였고, 과감한 접근과 광범위한 실천을 통해 20세기 예술 지형 형성에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구리 페인팅 연작과 일련의 흑백 사진 작품을 망라하여 선보임으로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본 전시는 로버트 라우센버그 재단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개최된다.
Together, Rauschenberg’s copper paintings and black-and-white photographs represent his expansive approach to materials and technical innovation, which characterised his practice across six decades, asserting his position at the forefront of the 20th-century artistic landscape.
Copperheads 1985/1989 is presented in cooperation with the Robert Rauschenberg Foundation.
로버트 라우센버그 개인전 개최를 기념하며 우정아 교수(포항공과대학교)의 에세이와 전시 작품이 담긴 도록이 출간된다.
The exhibition is accompanied by a fully illustrated catalogue with an essay by Jung-Ah Woo, associate professor at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POSTEC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