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selm Kiefer
안젤름 키퍼
Wer jetzt kein Haus hat
지금 집이 없는 사람

Until 22 October 2022
Seoul Fort Hill
서울 포트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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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의 시는 60년간 내 기억 속에 존재해왔다. 나는 많은 시들을 암송할 정도로 알고 있고 그들은 내 안에 존재하며, 이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 안젤름 키퍼 

 

 The poem by Rilke has been in my memory for 60 years. I know many poems by heart, they are in me, and every now and then they emerge.

— Anselm Kiefer


⟪지금 집이 없는 사람(Wer jetzt kein Haus hat)⟫은 세계적 위상의 저명한 독일 화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신작 회화를 선보이는 자리이다. 어스름한 나무의 윤곽과 가을빛으로 물든 나뭇잎, 시간이 흘러 속절없이 떨어지는 낙엽, 그리고 서서히 회색빛을 머금는 겨울 나무를 담고 있는 일련의 회화들은 가을을 주제로 변화, 덧없음, 부패, 그리고 쇠퇴를 노래하는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 M. Rilke, 1875–1926)의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이는 흘러가는 시간의 황폐함과 인간 삶의 덧없음에 대한 환기임과 동시에 시인 릴케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이다. 


The exhibition Wer jetzt kein Haus hat (Whoever has no house now) premieres a new series of works by internationally renowned German artist Anselm Kiefer paying homage to the Austrian poet Rainer Maria Rilke. Inspired by poems by Rilke dedicated to the autumn season, the paintings on view will feature dark, silhouetted trees and falling leaves in rich autumn browns leading into winter greys, displaying both the painter and the poet’s fascination with transience, decay and the passage of time. 

 

안젤름 키퍼의 신작 회화를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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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이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놓아주시고, 
들에는 많은 바람을 푸십시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Herbsttag, 1902)’, 송영택 역.    

Lord: it is time. The summer was immense.
Lay your shadow on the sundials
and let loose the wind in the fields.

— Rainer Maria Rilke, ‘Herbsttag’ (‘Autumn Day’, 1902), translated from German by Galway Kinnell and Hannah Liebmann 

 


유난히 볕이 
좋았던 어느 가을날 런던 하이드 공원(Hyde Park)의 풍경으로부터 출발한 작품들에 대해 작가는 ‘런던에서 보기 드문 특별한 날이었다. 가을 낙엽을 비추는 빛과 폭발적인 색감에 압도당해 호텔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사진을 찍고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회상한다. 

The works in the exhibition draw on a group of photographs Anselm Kiefer took in Hyde Park, in London, on a sun-drenched autumn day. ‘I was truly shocked by the explosion of colours,’ he recalls, ‘by the overwhelming natural scenery. The light and the colouring of the autumn leaves were of such intensity that I fetched the camera from the hotel and went to work.’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회화들은 릴케의 시 중에서도 ‘가을날 (Herbsttag, 1902)’, ‘가을(Herbst, 1906)’, 그리고 ‘가을의 마지막 (Ende des Herbstes, 1920)’이라는 제목의 시로부터 기인한다.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인 릴케는 특유의 강렬하고도 서정적인 운율 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그의 깊이 있는 통찰력과 그만의 시선이 담긴 은유와 상징 어휘로 잘 알려져 있다.

The new series is inspired by Rainer Maria Rilke’s poems, notably ‘Herbsttag’ (‘Autumn Day’, 1902), ‘Herbst’ (‘Autumn’, 1906), and ‘Ende des Herbstes’ (‘The End of Autumn’, 1920). A pioneer of literary modernism, Rilke (1875–1926) is known for his intensely lyrical style, which is anchored in his deeply sensitive observations and impressions of the world, and imbued with personal symbolism.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숙케 하여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Herbsttag, 1902)’, 송영택 역.    

Bid the last fruits to be full;
give them another two more southerly days,
press them to ripeness, and chase
the last sweetness into the heavy wine.

— Rainer Maria Rilke, ‘Herbsttag’ (‘Autumn Day’, 1902), translated from German by Galway Kinnell and Hannah Liebmann 

 

나는 이미지(picture) 로 사고하는데, 시는 이를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시는 마치 바다의 부표와 같고, 나는 그 부표들을 오가며 헤엄한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이미지(picture) 로 사고하는데, 시는 이를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시는 마치 바다의 부표와 같고, 나는 그 부표들을 오가며 헤엄한다. 그들이 없으면 길을 잃는다. 무한히 팽창하는 공간에서 무언가 덩어리들이 지어질 때, 시는 그들을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되어준다.
— 안젤름 키퍼

I think in pictures. Poems help me with this. They are like buoys in the sea. I swim to them, from one to the other. In between, without them, I am lost. They are the handholds where something masses together in the infinite expanse.
— Anselm Kiefer

Als welkten in den Himmeln ferne Gärten... sie fallen... aus allen Sternen in die Einsamkeit 
하늘의 먼 정원들이 시들어 버린 듯이... 떨어진다... 다른 별들에서 떨어져 고독에 잠긴다, 2022 
Emulsion, oil, acrylic, shellac, and charcoal on canvas 
190 x 280 cm 
(AKI 1883)

나는 시인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그들을 떠올리고 작품에 대해 묻는다. 시인들을 인용한다기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볼 수...
나는 시인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그들을 떠올리고 작품에 대해 묻는다. 시인들을 인용한다기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안젤름 키퍼
 
I’m in constant contact with these poets, I have a relationship with them, I call on them.
I ask them for a critique when I’ve painted something. And so it’s not so much that I quote them, but rather I live with them and talk to them.
— Anselm Kiefer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2017-2022 
Emulsion, oil, acrylic, shellac, lead, gold leaf, rope and charcoal on canvas 
190 x 280 cm 
(AKI 1884)


두텁게 쌓인 작품의 질감은 수 해를 넘기며 축적된 지층에 켜켜이 더해진 지식과 역사를 암시한다.
 

The dense tactility of the paintings suggests the accumulation of knowledge and history, year upon year, strata upon strata.

 

안젤름 키퍼는 가을과 겨울 회화 전반에 걸쳐 납과 금박을 사용하였다. 이는 고대부터 전해진 연금술적 과정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두 가지...
안젤름 키퍼는 가을과 겨울 회화 전반에 걸쳐 납과 금박을 사용하였다. 이는 고대부터 전해진 연금술적 과정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두 가지...

안젤름 키퍼는 가을과 겨울 회화 전반에 걸쳐 납과 금박을 사용하였다. 이는 고대부터 전해진 연금술적 과정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두 가지 재료로, 중세 시대에 전성기를 맞은 연금술은 기본적인 금속 재료를 가장 값지고 순수한 물질로 변환하고자 하였다. 작가는 특히 납을 더욱 특별한 재료로 여기며 꾸준히 작품에 활용해왔는데, 이에 대해 ‘인류 역사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재료’라고 설명한다. 납과 금박의 혼용은 영적 깨달음, 초월, 재탄생에 대한 은유로 작용하는데, 이는 계절이 흐르고 변화함에 따라 순환되는 자연의 주기와 그 궤를 같이 한다. 

Throughout the autumn and winter paintings, Anselm Kiefer has included lead and gold leaf, the two materials that mark the beginning and end of the ancient process of alchemy. Practised throughout the mediaeval world, this ancient science sought to transform the basest of metals into the most precious and pure. Lead is a recurring element throughout Anselm Kiefer’s work, one which he describes as ‘the only material heavy enough to carry the weight of human history.’ Juxtaposed with gold, the two metals become a metaphor for spiritual enlightenment, transcendence and rebirth, one that finds echo in the cycle of the passing of the seasons.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2022 
Emulsion, oil, acrylic, shellac, lead, rope on canvas 
190 x 280 cm 
(AKI 1887)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2022 
Emulsion, oil, acrylic, shellac, lead, rope on canvas 
190 x 280 cm 
(AKI 1888)

연금술 연구의 핵심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생명체가 네 가지 필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믿음에 있다. 인간과 자연계를 잇는 이...

연금술 연구의 핵심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생명체가 네 가지 필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믿음에 있다. 인간과 자연계를 잇는 이 심오한 연결성은 릴케의 시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릴케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가을에서 겨울로 전환되는 계절의 변화를 통해 영적 세상과 자연계, 그리고 인간 삶을 엮어낸다. 

At the heart of the study of alchemy was a belief that all different substances and life forms are made of the same four essential elements, forging a profound connection between the human and natural worlds which is palpable in the exhibition and throughout Rilke’s poetry. As summer turns into autumn and autumn into winter in his verses, the poet weaves together the spiritual world, the natural and the human.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2022 
Emulsion, oil, acrylic, shellac on canvas 
190 x 140 cm 
(AKI 1891)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에도 오래 고독하게 살면서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레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Herbsttag, 1902)’, 송영택 역.     

 

Whoever is alone now will remain so for a long time,
will stay up, read, write long letters,
and wander the avenues, up and down,
restlessly, while the leaves are blowing

— Rainer Maria Rilke, ‘Herbsttag’ (‘Autumn Day’, 1902), translated from German by Galway Kinnell and Hannah Liebmann

 

 

나무와 낙엽을 담은 회화들 가운데 설치된 홍토벽돌의 설치 작품은 턱없이 부족한 쉼터에 대한 가슴 아픈 상기이자 인간이 만든 것(man-made)을 자연계의...
나무와 낙엽을 담은 회화들 가운데 설치된 홍토벽돌의 설치 작품은 턱없이 부족한 쉼터에 대한 가슴 아픈 상기이자 인간이 만든 것(man-made)을 자연계의...

나무와 낙엽을 담은 회화들 가운데 설치된 홍토벽돌의 설치 작품은 턱없이 부족한 쉼터에 대한 가슴 아픈 상기이자 인간이 만든 것(man-made)을 자연계의 순환으로 연결시키고자 함이다.

Placed at the centre of his paintings of trees and falling leaves, the installation constitutes a poignant reminder of the scarceness of shelter and connects the man-made to the cycles of the natural world.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2022 
118 laterite and straw bricks 
83 x 288 x 183 cm 
(AKI 1894)

키퍼의 작품 세계 전반에 드리워진 어둠과 부패의 무게만큼, 같은 정도의 희망 또한 공존하며 이는 릴케의 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이 있어, 이 낙하를
한없이 너그러이 두 손에 받아들인다.
 
Among the darkness and decay, the same sense of hope seems to emerge from the paintings as from Rilke’s poems:

But there is One who holds this falling 
Infinitely softly in His 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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