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페이밍

얀 페이밍(Yan Pei-Ming)은 정치인, 배우, 교황과 같은 현대인의 관심을 받는 수많은 인물을 그린 초상화로 국제적 인지도를 얻은 바 있다. 가장 주목받은 작품의 일부로 마오쩌둥, 이소룡, 버락 오바마의 초상화가 꼽힌다. 작가는 이러한 대중적인 인사 외 자신은 물론 가족의 초상화까지 확장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2001년 9·11 테러나 미술사의 상징적 작품에 대한 재해석과 같은 주요 역사적 혹은 시사적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주제를 작업에 소환한다.

얀 페이밍의 작업은 유럽 회화, 특히 초상화의 역사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전통적인 초상화가 추구했던 지위와 권력에 대한 묘사는 얀 페이밍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그의 작업을 수백 년 된 재현의 관습과 연결한다. 복제와 디지털 편집의 시대에 얀 페이밍이 다루는 주제는 고전적인 형식이 지니는 현대적 의의와 그 간극에서 파생되는 긴장감을 표상하며 고전과 현대적 해석을 동시에 가능케한다. 상하이 태생의 작가는 양식 및 주제적 측면에서 자신을 서양화가로 정의하지만 그의 근작은 서양 초상화와 중국 전통문화와의 점진적인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얀 페이밍의 작업은 흑백 또는 빨간색과 흰색의 조합만을 사용, 작업의 주제와 구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 특징적이다. 한편 작가의 근작은 엄격하게 통제된 과거의 팔레트와는 다른 파란색 또는 녹색 계열 등 좀 더 다양한 색상을 포함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그의 회화는 에너지와 상상력으로 점철된 특유의 표현주의적 필치로 가시화되며, 근거리에서는 추상적이지만 거리를 둘수록 점점 선명해지는 효과를 자아내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한다.

얀 페이밍은 19세에 프랑스로 이주하여 1986년 디종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를 졸업한 후 그의 대표적인 초상화 연작으로 빠른 성공을 거두었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국제적 인정을 받았으며 그로부터 6년 후 작품이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됨과 동시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á모나리자ñ를 재해석한 일련의 초상화 작업을 전시하였다. 최근 개최된 주요 개인전으로는 아이오와 주 디모인 아트 센터(Des Moines Art Center, 2008),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UCCA, 2009), 베이징 예술 센터(Beijing Center for the Arts, 2014), 말라가 현대미술센터(CAC Málaga, 2015), 로마 빌라 메디치(Villa Medici, 2016), 비엔나 벨베데레 미술관(Belvedere Museum, 2016) 등이 있다. 2019년 오르낭 쿠르베 미술관(Musée Courbet), 디종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de Dijon), 파리 쁘띠 팔레(Petit Palais – Musée des Beaux-Arts de la ville de Paris)와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에서 개최된 전시는 작가의 작업 전반과 생애를 조망, 동시에 구스타브 쿠르베에게 헌사하는 특별 전시로 기획되었다. 후에 프랑스 콜마르 운터린덴 미술관(Musée Unterlinden, 2021)과 교황청과 아비뇽 랑베르 컬렉션(Palais des Papes and the Collection Lambert, 2021), 오스트리아 린츠 미술관(Schlossmuseum Linz, 2022)에서 작가의 자화상 연작으로 구성된 전시를 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