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노이

패트릭 노이(Patrick Neu)는 명상적인 느림을 지향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제 때 기록하고, 계절의 순환을 존중한다. 재료와 제작 과정에서 전통적인 활용 방식을 우회하는 그의 작품은 수천 마리의 벌 날개를 사용하여 만든 튜닉(tunic, 소매가 없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옷), 크리스털로 재현한 갑옷, 불에 그을린 유리에 그린 그림, 머리카락으로 엮은 베일 등 매우 정밀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작가가 사용한 재료의 연약함과 재현된 대상이 가진 상징적인 힘은 종종 본질적으로 모순적이다. 그는 온전한 집중과 뛰어난 손재주가 필요한 이러한 세심한 움직임을 통해 삶의 무상함과 연약함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술사에 관한 레퍼런스에서 영감을 얻는 노이는 1996년부터 검은 연기를 사용하여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와 홀바인(Hans Holbein) 또는 루벤스(Peter Paull Rubens)와 같은 르네상스 시기 화가들의 작품을 재현해왔다. 그는 회화사에서 상징적인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골동품 유리 캐비닛이나 크리스털로 제작한 와인 잔 안쪽에 양초의 그을음을 발랐다. 이 이미지들은 얼핏 보면 거의 알아볼 수 없지만 알아맞혀지기를 기다리는 수수께끼처럼 투명하게 읽힌다. 우리의 집단적인 기억에 존재하는 이 이미지들은 옛 거장(Old Masters)들의 작품과 동시대 창작물을 연결하는 과거의 섬세한 회상과 함께 새로운 빛으로 드러난다.

노이는 프랑스 마이센탈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스트라스부르의 장식미술학교(École supérieure des arts décoratifs in Strasbourg)를 졸업한 작가는 1995년 로마의 빌라 메디치(Villa Médicis, Rome)와 1999년 교토에 위치한 빌라 쿠조야마(Villa Kujoyama, Kyoto)의 입주 작가였다. 2003년부터 그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탈 공장인 생루이 공장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의 주요 개인전은 제네바 근현대미술관(MAMCO, Geneva, 2010)과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Paris, 2015), 모뷔쏭 수녀원(Abbaye de Maubuisson, Saint-Ouen-l'Aumône, 2018)에서 있었다. 이 외에도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Paris, 1997)와 보르도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Bordeaux, 2001), 메츠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Metz, 2010), 낭트 미술관(Musée d'Arts de Nantes, 2019)에서 기획된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