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플뢰리

물질주의적인 욕망과 미학, 가치 구조의 메커니즘을 다룬 실비 플뢰리(Sylvie Fleury)의 매끄럽고 매혹적인 작품은 오늘날 젠더와 아름다움, 소비주의와 관련된 현대 정치를 재평가할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한다. 조각과 퍼포먼스, 설치, 회화를 망라하는 플뢰리의 미술 실천은 초기 개념미술과 팝 아트,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재료와 과정을 자주 활용한다. 작가는 자동차와 네온사인 또는 메이크업 팔레트와 같은 기성품을 미술적 맥락 속에서 변형시킴으로써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치품과 브랜드의 물신화, 성적으로 구분된 소비패턴에 의문을 제기한다.

플뢰리의 여러 작업은 고급 의류와 액세서리, 화장품, 잡지 표지, F1 경기(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 우주선, 현대미술의 아이콘 등 다양한 매체와 레퍼런스를 활용한다. 예컨대 작가의 메이크업 팔레트 작품은 외모와 여성의 아름다움이 지닌 가치를 강조하는 반면, 성별에 따른 기대심리가 작용하는 로켓과 자동차 작품은 이러한 상징들이 가정하는 남성성을 전복시킨다. 작가의 광범위한 예술 세계에서 영감과 탐구의 원천은 무한하다. 플뢰리는 시간성과 영속성에 관한 폭넓은 관심과 상품과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가치의 일시적인 속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또한 작가는 체계적이고 내면화된 문화적 가치를 비추고 우리가 가진 암묵적인 편견을 더욱 자각하게 한다.

196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생한 플뢰리는 현재에도 제네바에서 활동 중이다. 작가는1991년 첫 개인전인 《Shopping Bags》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 도른비른 미술관(Kunstraum Dornbirn, Austria, 2019)과 스위스 인스티튜트(Istituto Svizzero, Rome, 2019), 빌라 스턱(Villa Stuck, Munich, 2016), 말라가 현대미술센터(Centro de arte contemporaneo de Malága (2011), 제네바 현대미술관(MAMCO Genève, 2008)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두 차례 개인전(2015, 2017)을 선보인 마이에미 배스 미술관(Bass Museum, Miami)에서 <Eternity Now>을 영구 소장 중이다. 이외에도 다임러 컨템포러리(Daimler Contemporary, Berlin, 2019),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 Vienna, 2018), 취리히 미술관(Kunsthaus Zürich, 2018), 하우스 컨스트럭티브 미술관(Museum Haus Konstruktiv, Zürich, 2016), 샤우베어크(SCHAUWERK, Sindelfingen, 2014), 하노버 예술협회(Kunstverein Hannover, 2011), 프랑크푸르트 예술협회(Kunstverein Frankfurt, 2011) 등 국제적으로 기획된 단체전에 다수 참여했다. 플뢰리는 2018년 스위스 미술상인 프리 메레 오펜하임(Prix Meret Oppenheim)과 2015년 제네바 예술협회상(Société des Arts de Genève Prize)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