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포착한 10가지 장면 바젤리츠의 마지막 음성
손안나 에디터
“나에게는 돌이켜볼 긴 삶의 궤적이 있다. 이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실로 엄청난 수의 그림을 그려왔다는 뜻이다. 나의 예술 여정의 끝자락에 선 지금, 그간의 여정을 갈무리하는 일종의 결론을 내야 할 시점이라 생각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전형적인 회화 기법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화가의 고백이 담겨 있다. 가령 자신의 작업에 색채에 관한 평이 많지만 오히려 흑백의 미학에 다가서고 싶었고, 나아가 중립적인 바탕으로 황금색을 택했다고 고백한다. 원근법이나 명암 같은 기교를 덜고자 회화의 평면성을 고심했고, 구체적인 공간에서 탈피해 인물을 배경 없이 허공에 띄웠다. 이렇듯 전형성을 피하고자 하는 시도 가운데, 예외적으로 작가 빌럼 데 쿠닝에 대한 존경을 ‘작은 인용’이라 표하며, 이번 신작은 붓질과 색채를 데 쿠닝의 작업에서 영향받았다고 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1965년 ⟨영웅⟩ 작업에서 따왔다. 당시 20대였던 바젤리츠는 러시아 내전 소설에서 가져온 가상의 군인들을 그린 ‘영웅’ 연작을 시작했다. 베니스에 남겨진 어느 영웅의 생애 마지막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