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가운데서 만나는 서울 전시 4 알렉스 카츠 ⟪Studies⟫
조재이 기자
일상의 순간을 화폭에 담아 온 현대미술가 알렉스 카츠(Alex Katz). 카츠 하면 매끈한 대형 캔버스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소형 회화다. 야외에서 자연광을 바라보며 빠르게 그려 내려간 연구작들. 카츠에게 이 작은 그림들은 대형 작업의 출발점이자, 빛을 좇는 감각이 가장 날것으로 담긴 작업이다. 작가가 "뇌리에 박히는 첫 번째 섬광"이라 말한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연구작과 2025년 신작 ⟨백합⟩ 대형 연작 세 점이 나란히 걸린다. ⟨백합을 위한 연구⟩의 자유롭고 떨리는 듯한 붓질이 대형 화면에서 장엄하고 투명한 꽃잎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연구작에는 꽃과 숲만 있는 게 아니다. 주변 인물들의 초상도 함께 소개된다. 카츠는 인물의 윤곽을 타고 스며드는 빛을 포착하는데, 과감하게 화면을 잘라내는 구성이 영화의 클로즈업을 연상시킨다. 풍경화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풀잎,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하늘. 마르기 전 물감 위에 물감을 올리는 '웨트 온 웨트(wet-on-wet)' 기법으로 그린 화면에는 채 마르지 않은 순간의 긴장감이 남아 있다. 찰나의 빛을 쫓는 98세 현역 화가의 시선이 담긴 전시. 올여름, 카츠의 백합을 직접 만나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