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카츠 Studies 알렉스 카츠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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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현대미술계에서 독보적인 화풍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거장, 알렉스 카츠(Alex Katz)는 '지금, 이 순간'의 찰나를 포착하는 데 전념해 왔다. 작가가 대상을 직접 관찰하며 본능적으로 그려낸 소형 회화들은 바로 이러한 작업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2022년 카츠의 개인전 《Flowers》에 이어,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연구작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 《Studies》를 개최한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궤적을 아우르는 본 전시는 알렉스 카츠의 작업 방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다. 전시는 작가가 애정하는 대상인 친구, 꽃, 숲을 마주한 순간의 감각을 포착한 연구작들을 선보이는 한편, 대형 연작인 〈백합〉(2025) 세 점을 함께 전시해 화면을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작가의 작업 과정을 조명하며 카츠의 시선과 그 이면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현대미술계에서 독보적인 화풍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거장, 알렉스 카츠(Alex Katz)는 '지금, 이 순간'의 찰나를 포착하는 데 전념해 왔다. 작가가 대상을 직접 관찰하며 본능적으로 그려낸 소형 회화들은 바로 이러한 작업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2022년 카츠의 개인전 《Flowers》에 이어,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연구작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 《Studies》를 개최한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궤적을 아우르는 본 전시는 알렉스 카츠의 작업 방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다. 전시는 작가가 애정하는 대상인 친구, 꽃, 숲을 마주한 순간의 감각을 포착한 연구작들을 선보이는 한편, 대형 연작인 〈백합〉(2025) 세 점을 함께 전시해 화면을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작가의 작업 과정을 조명하며 카츠의 시선과 그 이면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소형 회화는 카츠의 작업 초기부터 그의 예술 실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1940년대 후반, 작가는 미국 메인주 스코히건 회화 조각 학교(Skowhegan School of Painting and Sculpture)에서 처음으로 외광 회화(en plein air, 야외에서 빛의 효과를 직접 관찰하며 그리는 방식)를 실험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처음으로 강한 이끌림을 느꼈을 때”에 비유하며 빛에 매료되었음을 고백했다. ‘알라 프리마(alla prima, 단숨에 그리는 기법)’ 방식으로 거침없이 그려낸 이 소형 연구작들은 카츠가 메인주의 자연광이 지닌 풍부한 뉘앙스를 탐구하는 바탕이 되었으며, 이는 곧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빛에 대한 감각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에 대해 “빛은 우리가 대상을 마주하는 순간 뇌리에 박히는 첫 번째 섬광이며, 나는 바로 그 찰나의 인상을 쫓는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1950년대 중반, 추상표현주의가 주장하는 압도적인 크기와 무게감에 반기를 들며 카츠는 다시 소형 회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동료 작가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보다 내밀하고 절제된 구상 양식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196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연구작들은 그의 매끄럽고 치밀한 화면을 지탱하는 근원적인 토대가 된다. 이 작업들은 화면 구성의 핵심인 빛을 탐구하는 예비 단계로서, 이후 드로잉을 거쳐 정교해지고 르네상스 전통 방식인 ‘폰싱(pouncing)’ 카툰으로 확대된 뒤 마침내 대형 회화로 완성된다. 여기서 폰싱이란 밑그림의 윤곽선을 따라 구멍을 뚫고 그 위에 가루 안료를 두드려 거대한 캔버스로 도안을 옮기는 기법으로, 카츠는 이를 통해 연구작의 생생한 에너지를 빌보드 크기의 화면으로 정교하게 확장한다. 이처럼 카츠의 소형 회화는 대형 캔버스 작업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인 동시에, 작가의 예술적 정수인 ‘빛’을 응축해 낸 독자적인 작품군으로서 작업 세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잉그리드 D. 로랜드(Ingrid D. Rowland) 교수가 ‘인물이 지닌 내면의 빛’을 추적한다고 표현했던 소형 초상화들 또한 함께 전시된다. 카츠는 주변 인물들에게 일종의 신성한 분위기를 부여하는데, 이는 마치 ‘후광’처럼 인물의 윤곽을 타고 스며드는 노란색 색조가 돋보이는 〈엠마를 위한 연구〉(2015), 혹은 비잔틴 이콘화를 연상시키는 동료 작가 나빌 나하스(Nabil Nahas)를 그린 초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편, 과감하게 화면을 잘라내는 방식은 작품에 영화적 해석을 더한다. 대표적으로 〈니키〉(2006)에서 카츠는 인물의 얼굴을 과감하게 클로즈업한 ‘초커 샷(choker shot)’을 통해 소용돌이치는 배경 속 노랗게 물든 인물의 꿰뚫는 듯한 시선을 포착한다. 모델의 도드라진 치아는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의 〈데모크리토스(Democritus)〉(ca. 1630)와 유사하게 흐릿한 붓질로 묘사되었는데, 이는 대상에 대한 순수한 지각이 주는 묘미를 보여준다. 물감을 유연하게 다루는 카츠의 필치는 〈Ada on Blue〉(1959, 휘트니 미술관 소장) 혹은 〈The Black Dress〉(1960, 브란트호르스트 박물관 소장)와 같은 초기 걸작들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주의적 활력을 연구작에 불어넣는다. 더불어, 〈아홉명의 여인들 2〉(2009) 속 인물의 신발에서 볼 수 있는 매혹적이고 정교한 디테일은 카츠의 소형 회화 연구작 특유의 섬세한 미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작업실 밖에서 직관적으로 그려진 풍경화들은 관람객을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 속으로 이끈다. 바람에 흩날리는 풀잎을 포착한 추상적인 화면부터, 무성한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시점까지 다채롭다. 카츠의 ‘웨트 온 웨트(wet-on-wet)’ 기법은 작품에 생생한 즉각성을 부여하며, 화면에 남겨진 선명한 붓질은 마치 채 마르기도 전의 긴장감을 전달한다. 숲의 구도에서 반복되는 나뭇가지의 리듬감은 화면의 경계를 넘어설 듯한 활력으로 가득 차 있다. 카츠에게 있어 “각각의 이미지는 프레임이라는 틀 안에서 존재하고 사라지는 빛의 단면과 같으며, 이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찰나의 순간에 그려내야만 한다.” 이러한 연구작들은 2024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Alex Katz: Seasons》에서 선보인 작가의 거대한 환경 회화(environmental painting)의 시작점이 되는 동시에 그 자체로도 탁월한 완결성을 지닌다. 또한, 본 전시는 카츠의 잘 알려진 〈백합〉(2025) 연작의 대형 회화들과 세 점의 꽃 연구작들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형상을 순수하게 정제해 가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작가는 연구작에서 보여준 충동적이고 얽힌 붓질을 자신만의 절제된 시각 언어로 옮겨낸다. 〈백합을 위한 연구〉(2025)의 떨리는 듯한 꽃잎들은 대형 작품인 〈백합 6〉(2025)에서 장엄하고 투명한 꽃잎으로 변모하며, 카츠가 처음에 포착했던 선명한 인상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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