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팝 아트의 선구자이자 주요 인물인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상품과 대중 매체에서 다뤄지는 유명 인사의 초상화를 작품에 사용하는 등 후일 그가 살던 시대를 정의할 이미지들을 생산하였다. 상업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그의 배경을 입증하듯 캠벨 수프 캔, 코카콜라 병, 브릴로 상자와 같은 대중적인 상품과 마릴린 먼로, 재클린 케네디, 엘비스 프레슬리 등 친숙한 스타들을 작품에 담았다. 왕성한 복제품 생산력과 대량 소비 시대로의 전환을 반영하여, 연쇄적 반복과 기계적인 프로세스가 용이한 실크스크린 인쇄 기법 등을 주로 사용했다.

당시 상업적인 기술로 여겨졌던 실크스크린 인쇄는 작가가 선택한 주제에 대한 무제한의 반복과 변형을 가능케했다. 워홀이 설명하였듯 '사진을 골라 확대시킨 후 실크에 풀로 전사한 다음 잉크를 굴려 잉크가 실크를 통과하되 접착제는 통과하지 않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매번 약간씩 다른 동일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너무 간단했다. 빠르고 우연성에 의존했다.' 이렇듯 다중성, 미러링 및 복제 등 판화 기법에서 차용한 전략이 작업의 근간이 되었다. 워홀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궤적을 이어가며 작가의 손을 작품으로부터 떼어놓았으며,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기술적 변화의 시대에 예술의 정의를 재구상하고자 했다.

‘팩토리(The Factory)’라 불리며 은색 페인트와 포일로 뒤덮여 있던 워홀의 전설적인 스튜디오는 키스 해링(Keith Haring),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를 비롯한 많은 젊은 예술가들을 탄생시킨 사교와 창의적인 교류의 장이 되기도 했다. 유수의 영화를 제작한 선구적인 영화제작자이기도 했던 워홀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스튜디오를 찾은 방문객들을 기록한 사진과 472개의 개별 인물 사진으로 구성된 영화 á스크린 테스트(Screen Tests)ñ(1964-66)를 제작하였다. 또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8시간 동안 고정 촬영하여 관객들의 집중력의 한계를 시험한 듯한 <Empire>(1964) 외 그가 제작한 영화 중 다수는 현재까지 아방가르드 영화의 고전으로 간주되고 있다.

1928년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워홀은 뉴욕으로 이사하기 전 고향에 있는 카네기 공과 대학(Carnegie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수학하였다. 1950년대에 광고 대행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패션 및 디자인 배경은 그의 예술적 결과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워홀의 작업은 1962년 팝아트를 조망한 첫 주요 기획전이었던 시드니 재니스 갤러리의 《The New Realists》와 로스앤젤레스 페루스(Ferus) 갤러리와 뉴욕 스테이블(Stable) 갤러리에서 개최된 개인전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또한 1964년 파티와 예술 행사를 주최하는 공간인 ‘팩토리(The Factory)’를 맨해튼에 위치한 로프트에 설립, 1969년에는 잡지 《Interview》를 창간했다. 그가 사망한지 2년 후인 1987년 뉴욕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개최된 바 있으며, 최근 뉴욕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2018),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2020),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Museum Ludwig, 2020-21) 등 세계 유수의 주요 기관에서 그의 작업 세계가 끼친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조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