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오 베도바 재단

혁명적인 예술은 추상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베네치아 출신의 예술가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는 20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작가는 1942년 밀라노의 반파시스트 그룹 코렌테(Corrente)에 합류하였으며, 예술가들에게 구상을 넘어 현실과 소통할 것을 촉구하였던 1946년 올트레 게르니카(Oltre Guernica) 선언문에 공동 서명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운동을 펼치기도 하였다.그의 표현주의적인 필치와 과감하게 칠해진 물감의 흔적은 전후 정치적 현실에 대한 거칠고 폭력적인 반응을 내포한다. 관객 참여와 점유 공간에 대한 인식을 재정의하는 본능적이고 제스처적인 작품으로 회화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1950년대 후반 베도바는 프랑스 앵포르멜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액션 페인팅 및 표현주의의 부활과 연관 지어 거론되었으나 줄곧 그 어떠한 범주화도 거부해왔다. 작가는 베네치아 풍의 종교화와 프레스코, 특히 그의 화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감을 준 틴토레토(Tintoretto)의 프레스코화를 스케치하며 독학으로 회화적 기술을 터득하였다. 베도바는 여러 해 동안 베네치아와 베를린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지만 그의 작품은 그의 출생지인 베네치아와 그곳의 회화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 그의 1950년대와 1960년대 작업은 스페인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의 민족주의적 정권과 1968년 유럽 전역으로 퍼진 혁명 운동 등 동시대의 정치적 동향에 민감한 면모를 보여준다.

베도바의 1980년대 작업은 1980년대 초 멕시코에서 보낸 3개월간의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비롯되었으며 멕시코 지역의 광대한 자연과 풍부한 색채로 표현된 기념비적 벽화의 영향이 부각된다. 이 시점에 작가는 흑백의 대비를 더욱 생생하게 만드는 폭발적으로 다양한 색을 자신의 팔레트에 도입한다. 그는 제스처적 추상을 인간 경험의 복잡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여 실존적 고찰에 더 깊이 다가가고자 하였다. 베도바의 후기 작업은 경첩이 달린 조각 회화와 같이 주변 공간을 활성화하는 정교한 작업에 빛, 유리, 금속을 결합하는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적으로 탐구한 대형 작업으로 구성된다.  

베도바는 194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작품을 처음으로 출품한 이래 주기적으로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1952년 그의 작업을 조명한 독립적인 전시실에 이어 1960년 이탈리아 회화 분야 대표상을 수상, 1997년에는 평생의 성취를 기리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명예를 거머쥔다. 또한 1955년 제 1회 카셀 도큐멘타에서 이탈리아를 대표하였으며 1959년, 1964년, 1982년에 초청되어 작업을 선보였다. 헌신적인 교육자이기도 했던 그는 베를린의 도이치 아카데미셔 아우스타우슈 디엔스트(Deutsche Academischer Austausch Dienst, 1963-65), 잘츠부르크 국제 여름학교(Internationale Sommerakademie, 1965–69, 1988), 베네치아 미술 아카데미(Accademia di Belle Arti, 1975-86)에서 미술을 가르쳤으며, 1965년과 1983년 미국에서 강의를 주최하기도 하였다. 베도바의 주요 전시는 바덴 아르불프 라이너 미술관(Arnulf Rainer Museum, 2020),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Palazzo Reale, 2019), 센터 퐁피두-메츠(Centre Pompidou-Metz, 2019), 피렌체 현대미술관(Museo Novecento, 2018), 뒤스부르크 퀴퍼스뮐레 미술관(Museum Küppersmühle für Moderne Kunst, 2016) 등에서 개최되었다. 작가와 그의 아내가 설립한 재단(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은 베도바의 작업이 20세기 미술사에서 갖는 의의를 조명하고 그의 삶과 유산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