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산업 자동화 시대에 작가의 위치와 작품의 위상에 대해 고찰했으며, 이는 20세기 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현대미술에 막 발을 들였던 시기에 뒤샹은 세잔과 인상파의 초기 회화 양식을 따랐으며 1910년 이후, 큐비즘으로 나아갔던 동시대 작가들의 방향으로 바꾸었다. 그는 전통적인 미학적 규범을 거부하며 레디메이드 개념을 고안하였고, 예술계에 혁명이 도래함을 알렸다. 또한 작가의 첫 번째 레디메이드 작품인 <Bicycle Wheel>(1913, 현재 소실됨)을 제작함으로써 예술적 기량에 대한 관습적인 개념으로부터 창작 과정을 완전히 분리하기 시작하였다. 창작 과정으로부터 벗어나 작품의 개념적 가치를 강조하였고, 미학적 호소에 의존하는 대신 아이러니함과 언어적 재치로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뒤샹은 1920년대 국제 체스 선수로 경력을 쌓아 유명해진 뒤에도 미술계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Box in a Valise>(1935-41)와 <Étant Donnés>(1946-66) 같이 전설이 된 프로젝트들을 지속하고, 이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파장을 불러온 전시들을 기획하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추상표현주의 작가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이 ‘1인 운동(one man movement)’으로 적절하게 묘사했듯, 뒤샹은 입체파에서 다다, 그리고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전위적인 미술 운동과 관련이 있었으며, 이후 팝 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이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1950년대와 60년대 다수의 작가들이 뒤샹의 작품에 대한 비전통적인 태도에 영감을 받음에 따라 그에 대한 대중의 존경심과 관심 또한 커지기 시작했다. 뒤샹의 가장 큰 유산은 현재 상태를 초월하기 위해 기존의 규범에 질문을 던지고, 충고와 비판, 장난스러운 조소를 아끼지 않았다는 데 있다.

뒤샹은 1887년 노르망디의 한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형제 중에는 화가 자크 비용(Jacques Villon)과 큐비즘 조각가 레이몽 뒤샹-비용(Raymond Duchamp-Villon), 다다 작가였던 수잔 뒤샹-크로티(Suzanne Duchamp-Crotti)가 있다. 1904년부터 다음 해까지 줄리앙 아카데미(Académie Julian)에서 수학했으며, 당시 제작된 첫 작품에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영향이 반영되었다. 1910년대 초반 자신만의 큐비즘 양식을 정립했고, 이는 1913년 뉴욕 아모리 쇼(New York Armory Show)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Nude Descending a Staircase, No. 2>(1912)에서 절정을 이뤘다.

뒤샹은 생애 대부분을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활동했다.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주로 뉴욕에서 거주했고, 1923년 파리로 이주하여 1942년까지 머무르다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으며, 1955년 미국에 귀화했다. 1937년 시카고 아트 클럽(Arts Club of Chicago)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1963년 패서디나 미술관(Pasadena Art Museum, 현재 Norton Simon Museum, California)에서 미국에서의 첫 회고전을 가졌으며1966년에 유럽에서는 최초로 테이트 미술관(Tate Gallery, London)에서 작가의 작업 전반을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1968년 사후, 뒤샹의 작품들은 다수의 전시회에서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었다. 현재 작가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기관은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으로, 그 배경에는 뒤샹의 평생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아렌스버그(Walter Conrad Arensberg)의 방대한 기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