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시대의 심연을 흔드는 폐허의 연금술
© Anselm Kiefer. Photo: Charles Duprat
ART&BIZ

시대의 심연을 흔드는 폐허의 연금술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가 현대 미술사에 던진 보편적 울림

1 August 2026

정현주 기자

 

키퍼의 회화는 과거의 전통적인 서사 회화로의 단순한 복귀(Retro)가 아니었다. 그것은 회화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물질적 실험이자, 설치 미술과 조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토탈 아트(Total Art)'의 성격을 띤다.

시대의 불감증에 맞서는 거장, 안젤름 키퍼

20세기 후반의 세계 미술계에서 단연 독보적인 궤적을 그리며 회화의 거대 서사를 복권시킨 인물이 바로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이다. 안젤름 키퍼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지극히 드문 형태의 작가다. 그는 시대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동시대의 주류 담론에 결코 자신을 맞춰 재단하지 않는다. 키퍼의 작업은 단순히 시각적인 캔버스를 구축하는 행위를 넘어, 인간이라는 종(種)이 거쳐온 가장 어두운 심연의 기록이자 인류 문명의 폐허를 향한 장엄한 진혼곡이다. 그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회피하는 사회적 불감증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으며, 붓과 물감이라는 전통적 도구를 넘어 이전의 미술사가 목격하지 못했던 파격적 물질성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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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연금술: 캔버스 위에 새겨진 비전통적 재료의 서술 방식

안젤름 키퍼가 현대 미술사에 남긴 가장 혁신적인 공헌 중 하나는, 회화적 표현 방식에 완전히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재료의 파격성'에 있다. 키퍼 이전의 정통 회화는 캔버스 위에 오일이나 아크릴 안료를 안착시키는 행위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키퍼에게 물감은 역사의 무게와 문명의 폐허를 담아내기에 너무도 가볍고 매끄러운 도구였다. 그는 회화의 도구를 물질 그 자체로 확장하며, '재료가 곧 서사'가 되는 독창적인 물질성을 개척했다. 키퍼의 작업실은 화실이라기보다 거대한 제련소나 연금술사의 실험실에 가깝다. 그가 캔버스 위에 쏟아붓고 부착하는 재료들은 현대 미술의 어떤 회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거칠고 생생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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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형의 울림: 보편적 인류의 서사와 영원한 재생의 메시지

최근의 작업에서 그는 기후 위기, 현대 사회의 파편화, 문명 간의 충돌 등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 인간이 느껴야 할 실존적 위기감을 대형 화면을 통해 뿜어내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대한 폐허와 황량한 들판은, 2차 세계대전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이자 다가올 미래의 묵시록적 풍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키퍼의 비평적 핵심은 그가 단순히 종말과 비극을 노래하는 허무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의 폐허는 언제나 '재생'을 잉태하고 있다. 불타버린 짚 더미 아래에서 미약하게 반짝이는 금박의 흔적, 녹아내린 납판 사이로 돋아나는 식물의 줄기, 거친 모래 벽면 너머로 희미하게 그려진 별자리의 지도 등은 파괴의 끝에서 피어나는 영원한 회복의 모티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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