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의 파편이자 조각”… 요절한 韓 천재작가에 바친 헌사
박동미 기자
조사와 수집을 병행하고 재료들을 해체하고 봉합하기에, 엘-사예 작가는 작업 형태 자체가 ‘콜라주’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도 그는 동묘시장과 서울 시내 곳곳의 헌책방을 누볐다. 고지도, 서예, 지폐, 헌책 등 다양한 인쇄물을 수집했다. 신작 ⟨세계의 명화⟩ 제목도 이때 떠올랐다. 한 헌책방에서 한글로 ‘세계의 명화’라 쓰인 책을 발견한 것. 이렇게 모은 재료들 위에 작가는 실크스크린으로 색을 덧입히고, 그 위에 격자무늬를 그리기도 한다. 이른바, 봉합과 결합의 과정이다. 종종 그의 격자무늬는 붕대나 거즈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다양한 정보를 담는 매개이자, 치유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즉, 파편화된 기록과 서사를 엮어내 단절된 관계들이 회복되길 비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세상 모든 것의, 세상 모든 이의 파편이자 조각이니까요.” 종합하면, 그가 ‘이어 붙이는(콜라주) 예술가’로 불리게 된 것은 실제 물리적 작업 방식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과 사람을 치유하고 회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어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