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민 개인전 《번민의 정원》 가상과 물질의 교차점을 탐구하다
글: 김정한 기자
정희민은 기술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요즘, 가상 세계와 실제 물질 세계가 섞이는 경험을 탐구한다. 인터넷 속 이미지를 손으로 만지듯, 그림과 조각 언어로 새롭게 만들어낸다. 또한 작가는 디지털로 만든 이미지를 재료로 삼는다. 그는 이 디지털 조각들을 다시 그림과 조각의 표면으로 가져와 숨어있던 촉감과 밀도의 감각을 되살린다. 이는 비물질적인 형태를 손으로 다시 빚어내는 '조각하는 행동'에 가깝다.
더 나아가 정희민의 작업은 인간이 압도적인 힘 앞에서 느끼는 19세기 낭만주의의 '숭고'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무한하고 통제 불가능한 가상 세계를 마주하는 경험을 몸의 감각으로 풀어냄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숭고함을 새롭게 정의한다. 자연과 인공, 질서와 혼돈이 함께 존재하는 동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