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저드 20세기 현대 미술 거장이 말하는 '단순함 속 정직함'
글: 강은영 기자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전시·문화 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Hyundai Card Storage)에서 진행되는 《Donald Judd: Furniture》는 회화부터 설치, 디자인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창작 세계를 확장한 도널드 저드의 가구를 선보이는 자리다. 가구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국내 첫 전시이자 최대 규모로, 지하 2층과 3층에 걸쳐 네 개의 공간으로 조성됐다. 나무와 합판, 금속으로 제작한 1970~1990년대 가구를 비롯해 저드 재단(Judd Foundation)이 소장한 판화 및 드로잉 작품 등 약 100여 점을 소개한다.
도널드 저드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새롭게 정의한 거장으로, 미니멀리즘과 연관되지만 스스로는 자신의 작품을 ‘3차원 작업(Three-dimensional works)’이나 ‘특정한 사물(Specific Objects)’로 표현하며 작품의 명료함과 존재감을 강조했다.
작가는 작품뿐 아니라 작품이 놓이는 공간, 건축, 디자인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환경에서 영감을 얻어 기능과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지역 목수들과 협업하며 실현해 나갔다. 전시에 소개된 초기 작품 중 네모반듯한 의자들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각 의자마다 미묘한 차이를 지닌다. 다리 사이에 각도가 있는 원목이 들어가 있거나, 앞면이 막혀 있거나, 선반이 추가되는 등 섬세한 변화를 통해 하나의 통일된 형식 안에서도 개별적 특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