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자 루

라이자 루(Liza Lou)는 작품 전체를 수많은 비즈(유리구슬)로 공들여 엮은 대규모 조각과 환경 작업으로 유명하다. 루의 작업은 비즈의 매혹적이고, 심지어 마법 같은 물질성과 작품 제작에 수반되는 집중적인 노동 사이의 긴장감을 특징으로 하며, 이는 제작 과정과 주제에서 드러난다. 작가에 따르면, ‘비즈는 그것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전에도 아름다움과 귀중함, 심지어 노동까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비즈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 제작되었으며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다.’ 작가는 비즈를 사용하여 순수미술과 공예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한편, 관람객이 시각적인 경이로움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단계에서 자신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노동의 가치와 젠더와 연관성,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강조한다.

공예품에 익숙했던 루는 남아프리카 더반과 인도 뭄바이의 구슬 세공 집단과 로스앤젤레스의 지역 사회 단체, 브라질 벨렘에 위치한 여자 교도소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회 참여적인 환경에서 작업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는 집단 노동과 여성들과 연대, 한 땀 한 땀에 녹아 있는 이 연대에 대한 개념에 관심을 두게 됐다. […] 나는 우리의 작업이 과정에 대한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일에 관한 작업.’이라고 언급한다. 미니멀리즘의 연속성과 엄격함이 특히 캔버스에 단색 비즈를 사용한 최근 작품에서 드러나지만, 작품의 형식은 수제작의 미학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작품이 지닌 아름다움과 인간미는 작은 결점과 미묘한 변화에 있으며, 이는 곧 창작에 깃든 시간과 노동의 유물이 된다.

1969년 뉴욕에서 태어난 루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작가는 1996년 뉴욕의 뉴 뮤지엄(New Museum, New York)에서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비즈로 만든 조각 <Kitchen>을 전시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휘트니 미술관에 소장된 이 파격적인 작품은 5년간의 고독한 노동을 상징하며, 이후 작업을 규정하게 될 물질성의 원칙과 사회적 의식을 확립한 것이다. 2005년 남아프리카 콰줄루나탈에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전통 비즈 공예에 능한 줄루족(Zulu) 여성들과 협업을 진행했으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판데믹 기간동안 유대와 창의성을 장려하기 위해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인 ‘Apartogether’를 시작했다. 작가는 호안 미로 재단(Fundació Joan Miró, Barcelona, 1998)과 바스 미술관(Bass Museum of Art, Miami, 1998), 아스펜 미술관(Aspen Art Museum, Aspen,1998) 쿤스트 팔라스트 미술관(Museum Kunstpalast, Düsseldorf, 2002), 헤니 온스타 아트센터(Henie Onstad Kunstsenter, Oslo, 2002), 사바나 미술 디자인 대학교(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 Georgia, 2011), 샌디에고 현대 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San Diego, 2013), 노이버거 미술관(Neuberger Museum of Art, Purchase, New York, 2015)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2002년 맥아더 펠로(MacArthur Fellow)상과 2013년 ‘여성은 익명이었다(Anonymous Was A Woman Award)’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