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대 미술가 올리버 비어(Oliver Beer)의 《공명 – 두 개의 음》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자 이원(二元), 융합, 교류라는 개념들을 주축으로 한 신작 <공명 회화(Resonance Paintings)>를 선보이는 자리이다. 이는 비어가 ‘물리적 형태와 음악적 조화 간의 본질적 관계’를 거듭 실험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이다.
British artist Oliver Beer’s first exhibition in Korea presents an immersive new body of work, built around the ideas of duality, fusion and exchange, expressed through what the artist calls ‘the intrinsic relationship between physical form and musical harmony’.
비어의 작업 세계 전반은 음악과 미술에 대한 그의 심도 깊은 배경을 기반으로 하며, 특히 목소리와 건축물에 초점을 두고 소리와 공간 간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뿐만 아니라, 조각이나 설치 작품, 영화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의 작업은 종종 자전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그의 다학제적 작업에는 주변 지인이나 가족으로부터 기인한 요소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는 개인 또는 집단 관계 내에서 다르게 관철되는 관점들을 탐구하는 통로로 작용한다.
Drawing on his background in both music and fine art, Beer’s practice explores the relationship between sound and space with a particular focus on the voice and architecture. Within and alongside his work with sound, he creates diverse sculptural, installation and film projects that are often autobiographical, yet also touch upon universal concerns.
<공명 회화>는 음악적 조화를 시각적 언어로 치환하는 작가적 실험의 일환으로, 수평으로 배치된 캔버스 위의 건조된 안료 파우더가 아래 쪽에 위치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와 음파에 의해 흩뿌려지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소리(sound)’를 붓처럼 활용하는 작가는 <공명 관>에서 추출된 두 개의 음을 활용하여 <공명 회화>를 제작한다. 세밀하게 조정된 두 개의 음에 의해 발생하는 음파는 캔버스 위에서 진동에 따라 물결치는 안료들의 이동으로 구현되고, 각자의 자리를 찾아 내려앉은 안료는 기하학적 문양을 띤다.
Translating musical harmony into a visual language, Beer’s Resonance Paintings are created by positioning a speaker beneath a horizontally oriented canvas on which dry, powdered pigment has been scattered. Playing notes from the Resonance Vessels cause the canvas to vibrate, moving and shaping the pigment into visual representations of the sound waves. These appear on the surface in undulating, geometric patterns, which are subsequently frozen in place using a unique fixing technique that the artist has developed.
Resonance Painting (Sposa son Disprezzata)
공명 회화 (나는 멸시 받는 아내라오), 2022
Pigment on canvas
100 x 50 cm
비어는 그의 음악적 재능을 십분 활용하여 세밀한 천착으로 음을 구성하고, 음의 움직임은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푸른색 안료로 형상화되며, 이는 작가가 개발한 안료 정착 기술로 제 자리에 고정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2009년 그가 아일랜드 드럼(Irish drum) 위에 밀가루를 한 움큼 올려 놓은 채 소리의 구상적 가능성을 실험하였던 작가의 초기 실험으로부터 기인한다.
This recent innovation in the artist’s practice has its origins in his early experiments from 2009, when he first placed a handful of flour on a vibrating Irish drum and discovered the geometric patterns formed by sound waves. By carefully composing the notes with his attuned musical ear, Beer has built a vocabulary of precise abstract forms that reveal the harmonics of the canvas.
Resonance Painting (Je pense à toi)
공명 회화 (나는 너를 생각해), 2022
Pigment on canvas
92 x 92 cm
Resonance Painting (Friends)
공명 회화 (친구들), 2022
Pigment on canvas
Diptych: 30 x 60 cm each
Resonance Painting (Marrikh / Mars)
공명 회화 (마리흐 / 화성), 2022
Pigment on canvas
150 x 150 cm
나는 늘 음악과 예술의 교차 지점에서 작업을 이어왔는데, 특히 이번 <공명 회화>를 제작하면서 음을 작곡함으로써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음악으로부터 출발한 이미지가 20 세기와 21세기 전반에 걸쳐 구축된 추상 회화의 모습과 점차 닮아간다는 것이다. ‘소리(sound)’의 시각적 구현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할지, 경이롭다.
— 올리버 비어
I’ve always worked at the meeting point of music and visual art and these paintings allow me to compose images by composing sounds. What is more striking still is how this imagery born of harmony so rapidly starts to resemble the language of 20th and 21st century abstract painting, and how far these sounds can take us visually.
— Oliver Beer
비어는 뉴욕 멧 브로이어(Met Breuer)(2019)와 제 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개최된 베네데토 마르첼로 음악원(Conservatorio di Musica Benedetto Marcello)에서의 전시 경험을 바탕으로,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공간과 주제에 적합한 음향 설치 기법을 적용하여 <공명 관>을 제작하였다. 마치 청화백자를 연상시키는 푸른 문양의 도자기들은 천장에 매달린 채 주변 움직임에 의해 작동되며, 도자기의 입구 쪽에 위치한 마이크를 통해 각각이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음을 연주하듯 공명한다. 이는 작품을 마주한, 혹은 지나치는 관람객들의 움직임과 직결되며, 작품과 관람객이 만들어내는 평화롭고도 부드러운 음악은 전시장 공간을 채운다.
Specially created for the exhibition in Seoul, the Resonance Vessels draw on techniques used in Beer’s sound installations at the Met Breuer, New York in 2019 and at the Conservatorio di Musica Benedetto Marcello during the 2022 Venice Biennale. Suspended from the ceiling with microphones positioned at their openings, the blue-and-white ceramic vessels remain silent until a visitor approaches and triggers a movement sensor, amplifying the objects' natural resonances. This prompts viewers to become more aware of their own presence, volume and motion in the air surrounding the works.
Vessel Orchestra, Met Breuer, New York, 2019
Photo: Adam Reich
Resonance Vessels, Thaddaeus Ropac, Seoul, 2022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나아가 음악적으로 신체의 직접적 접촉이 제한된 오늘날, 작가의 퍼포먼스 <입을 위한 작곡>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2018년 제 21회 시드니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오페라 하우스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배우들의 신체를—공명하는 도자기와 같이—하나의 악기로 탈바꿈시킨다.
한국 공연자들과 합을 맞춘 라이브 퍼포먼스가 전시 기간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공연됩니다.
At a time when the meeting of bodies – culturally, socially and musically – has been circumscribed and transformed due to the pandemic, the performance Composition for Mouths takes on new significance. First staged at the Sydney Opera House for the 21st Biennale of Sydney in 2018, the piece asks the performers to sing through each others' faces, transforming their bodies into resonant acoustic spaces.
Live performance takes place every Saturday at 2pm throught the exhibition period.
Score for Composition for Mouths (Seoul) III
입을 위한 작곡 (서울)의 악보 III, 2022
Pastel on paper
54.5 x 39 cm
공연자들의 입술을 단단하게 맞대어 접합함으로써 두 사람의 구강을 하나로 만들고, 이들은 서로의 얼굴 뿐만 아니라 하나의 단일구조로써 서로 간에 깊이 울리는 진동과 공명 주파를 탐구한다. 두 개의 목소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제 3의 음성이 생겨난다.
— 올리버 비어
Joining their lips in a tight seal to create a single mouth cavity, the singers explore the resonant frequencies of each other’s faces as well as the architecture. At the meeting point of the two voices, a third voice appears.
— Oliver Beer
비어가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물체의 잔존(survival of the objects)’이다. 《공명 – 두 개의 음》에서 전시되는 ‘이차원 조각(Two-Dimensional Sculptures)’에서 작가의 꾸준한 고찰이 여실히 드러난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 보이는 <재구성(Recomposition)>의 작품 곳곳에서 청백색의 도자기 파편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함께 전시되는 작품들과 메아리 치듯 반향하며 그 궤를 같이 한다.
Drawing on a recurrent theme in Beer’s practice, the ‘survival of objects’ returns in this exhibition with a display of his Two-Dimensional Sculptures. Made of broken vessels, many of which are blue and white to echo the pairs of ‘singing’ objects in the main gallery space, these sculptures were created using transparent resin that he tinted with black pigment.
합성 수지를 활용하여 고정된 일련의 재료들과 먹(India ink)의 조화는 각 요소들 간에 빛의 흐름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작품에 특유의 깊이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평평해보이는 듯한 화면을 자아내기도 한다. 사진 스캔이나 회화, 또는 조각 같이 보이기도 하는 일련의 작품들은 매체의 물성을 넘나들며 그 경계를 흐린다.
The introduction of pigment allows the artist to control the light flow touching the vessels, creating an illusory sense of depth. These elusive pieces traverse the boundaries between mediums and become a way of freezing in time something as fragile and fleeting as sound.
Recomposition (Dürer)
재구성 (뒤러), 2022
Sectioned and set in resin: laughing gas canisters (blue, silver and pink), fragments of two ceramic vases, fragments of violin, rolled pages showing Dürer drawings, fragments of pocket watch, tricolore flag, piano hammer, ping pong ball
73.8 x 46.9 x 2.9 cm
Recomposition (Empire III)
재구성 (제3제국), 2022
Sectioned and set in resin: laughing gas canisters (blue and pink), fragments of ceramic plate (George V Coronation plate, 1911), the artist's grandmother's pearls
56.7 x 41.2 x 3 cm
《공명 – 두 개의 음》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공기를 공유하며 부유하는 생각을 나누고, 또 음악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정화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 올리버 비어
For me, this show in Seoul is hopefully a cathartic return to being able to exchange air and ideas and music with each other.
— Oliver Beer
Catalogue
올리버 비어 개인전 ⟪공명 – 두 개의 음⟫과 연계하여 국립현대미술관 김경란 학예사의 에세이와 더불어 작가와 런던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의 디렉터 벵기 운살과의 대화가 담긴 도록이 출간될 예정이다.
The exhibition is accompanied by a fully illustrated catalogue with an essay by Kyoungran Kim, Curator at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and a conversation between Oliver Beer and Bengi Ünsal, Director of the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