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미국 현대미술가 톰 삭스(Tom Sachs)의 개인전 ⟪피카소⟫를 개최한다. 톰 삭스는 최근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세계를 긴밀히 들여다보며 깊이 있는 탐구를 전개해왔다. 피카소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잘 드러나는 이번 전시는 신작 조각이 주축을 이룬다. 삭스는 일상 속 물건들을 활용했던 피카소의 조각 제작 방식과 그 궤를 같이 하며,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들을 브리콜라주(bricolage) 방식으로 구축한 뒤 청동 조각으로 재탄생시킨다. 한편, 이들은 피카소의 작품을 작가만의 고유한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 회화 및 드로잉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데, 일련의 작품을 마주한 관객은 회화의 정의에 대해 다시금 반추하게 된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미국 현대미술가 톰 삭스(Tom Sachs)의 개인전 ⟪피카소⟫를 개최한다. 톰 삭스는 최근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세계를 긴밀히 들여다보며 깊이 있는 탐구를 전개해왔다. 피카소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잘 드러나는 이번 전시는 신작 조각이 주축을 이룬다. 삭스는 일상 속 물건들을 활용했던 피카소의 조각 제작 방식과 그 궤를 같이 하며,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들을 브리콜라주(bricolage) 방식으로 구축한 뒤 청동 조각으로 재탄생시킨다. 한편, 이들은 피카소의 작품을 작가만의 고유한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 회화 및 드로잉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데, 일련의 작품을 마주한 관객은 회화의 정의에 대해 다시금 반추하게 된다.
끊임없이 혁신적이고 체제전복적인 조각가 톰 삭스는 예술, 디자인, 기술 공학이 낳은 걸작을 브리콜라주 방식을 활용해 정교하게 재구성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삭스는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에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회화를 오랜 시간 연구한 뒤, 합판 위에 접착 테이프를 활용하여 몬드리안의 회화를 재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작가적 실험을 기반으로 고유의 작업 방식을 정립해 나간 그는 이후에도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건축을 2010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다루는 등 모더니즘 거장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이어왔다. 수작업의 흔적이 명확히 드러나는 그의 작품은 오차 없이, 더욱 더 간단하고 완벽한 기계 생산을 지향해 온 근대화의 흐름을 뒤집으며, 작품을 마주한 이로하여금 무엇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돌아보도록 장려한다.
삭스는 최근 몇 년간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들에 둘러싸인 채 작업을 전개해왔다. 삭스에게 파블로 피카소는 단순한 예술가가 아닌, ‘예술과 동의어’인 존재다. 피카소는 전통적인 조각 기법인 목재 조각이나 점토 모델링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발견된 재료(found materials)를 활용함으로써 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러한 아상블라주(assemblages) 기법은 삭스의 작업 방식과도 깊이 닿아 있다. 그는 주어진 재료, 주변에 가능한 재료를 활용하여 본인이 제작하고자 하는 오브제를 재구성하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완전함과 시행착오까지 흔적으로 남긴다. 삭스는 피카소의 조각을 동시대적 브리콜라주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피카소가 사용했던 철사나 못 대신 자동차 부품이나 너프 풋볼(Nerf football, 너프 사에서 생산하는 미식축구공) 같은 재료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피카소가 기존 조각 관습에 던졌던 도전장을 오늘날의 맥락으로 옮겨온다. 작가는 피카소처럼 조각을 구성한 뒤, 이를 고대의 실납 주조 기법인 로스트 왁스(lost wax) 방식으로 청동 주조한다. 그리고 세밀한 채색이나 파티나(녹청 기법)를 통해 정교한 마감처리를 더한다. 이렇게 완성되는 일련의 작품들은 고전적 맥락에서 ‘조각’이 지니던 위상을 다시금 획득할 뿐만 아니라, 모더니즘 조각의 전통적 흐름을 반전시키는 시도라는 의미를 지닌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선보이는 회화 및 종이 작품은 작가가 오랜 시간 진행해 온 회화, 드로잉, 색채에 대한 탐구의 연장선이다. 일련의 작품들은 특히 피카소의 ‘어두운 시대’, 즉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관통하는 1937년부터 1945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로부터 출발되었다. 삭스는 이 시기 피카소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강한 선과 구도, 형태에서 자신의 작업과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삭스의 작품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굵은 선은 미국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트에 뿌리를 둔 것으로, 당시 피카소가 인물의 형상을 구획하는 데 사용했던 두터운 흑선과 닮아있다. 한편, 삭스는 회화의 규격을 측정한 선이나 치수 등과 같은 작업 과정의 흔적을 화면에 고스란히 남긴다. 삭스의 초기작들이 피카소의 원작을 본래 크기로 재현했다면, 근작에서는 일부 회화를 과감하게 확대함으로써 복제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전략을 취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회화(painting)는 동사”라고 이야기하며, “작업은 행위 그 자체다. 이 모든 회화는 완전한 결과물보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삭스는 관람객이 이 제작 과정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예술사적 오브제와 관객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본 전시는 조각,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피카소를 탐구해온 삭스의 작업들을 일종의 대화로 엮어낸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전시된 모든 작품은 ‘조각’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는 언제나 조각부터 생각한다. 물론 이 작품들은 회화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만들어진 방식이 조각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나는 회화와 조각, 더 나아가 신발이나 영상, 인터뷰 사이에 어떠한 경계도 두지 않는다. […] 내겐 전부 조각이다.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작업의 흔적은 언제나 결과물에 드러난다”고 이야기한다.
전시와 연계하여 톰 삭스 스튜디오의 아카이브 자료와 작가의 신작에 대한 에세이를 수록한 팬진이 발간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스페이스 프로그램⟩ 시리즈를 방대하게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DDP 뮤지엄 전시 1관, 4월 25일—9월 7일)와 맞물려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