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사진: 박찬우
Museum Exhibition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서울박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 September 2024—30 March 2025
서울박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9월 4일(수) 프리즈 삼청나잇을 맞이하여 저녁 9시까지 야간개장합니다. 

이강소(b.1943)1970 년대 신체제(1969-76), AG(1969-1975), 서울비엔날레(1974), 에꼴드서울(1975-1999)  등을 통해 현대미술 운동을 주도한 한국의 대표적인 실험미술 작가이다. 이강소는 1974 년부터 1979 년까지 대구현대미술제를 기획하였으며, 실험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이 전국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후 작가는 제 9 회 파리비엔날레(1975), 2 회 시드니비엔날레(1976), 10 회 도쿄국제판화비엔날레(1976), 14 회 상파울루비엔날레(1977)와 한국작가 최초로 뉴욕현대미술관 국제 교류 스튜디오 프로그램(1991-1992)에 참여하며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는 한편, 서구의 미술사와 다른 한국현대미술 고유의 철학적, 미술적 태도를 찾고자 탐구하였다.  

이강소는 설치와 조각, 회화, 판화,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세계에 대한 서로 다른 인지 방식을 질문하고, 이미지, 텍스트, 오브제를 넘나들며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해 왔다. 그의 작업은 우리의 세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경험과 기억 속에 단일한 진리는 없으며, 모든 것들이 자신이 인식한 세상 속에서 가상의 시공간을 창조한다고 제안한다. 

작품소개

이강소, 소멸, 1973/2024, 테이블, 의자, 장식장, 입간판, 막걸리, 가변크기, * 아워레이보 협업

<소멸>1973 년 명동화랑에서 열린 이강소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업으로, 작가가 자주 가던 오래된 선술집에서 실제 사용하던 탁자와 의자를 전시장으로 옮겨와 일주일간 선술집을 운영한 것이다. 이 작업은 젊은 시절 선술집에서 작가가 깨달은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한 술집에서 선배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오래된 탁자와 의자에 남겨진 흔적들을 보며, 이 물건들을 지나간 시간의 경험과 기억을 담은 특별한 오브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 순간, 작가는 자신과 선배, 술집의 손님들, 그리고 탁자와 의자까지도 각기 다르게 이 순간을 경험하고 기억할 것이며, 그 기억 또한 끊임없이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이 깨달음의 경험을 관객과 나누고자, 선술집의 가구를 모두 매입하여 전시장에 선보였고 술집의 일상적 상황 자체를 작품으로 변모시켰다. 전시 당시,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예술이라는 뜻으로 “프로세스 아트”라는 간판을 쓰기도 하였다. 

MMCA 서울박스에서는 이강소의 <소멸>과 이를 아워레이보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가구들이 함께 전시된다. 또한 새롭게 추가된 거울 설치를 통하여 참여자들은 스스로와 타인의 시각, 더 나아가 전시장에 놓인 사물의 관점을 동시에 경험하며, 우리 모두가 함께 공존하지만, 서로 다른 기억과 해석 속에서 멀티버스와 같은 가상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작가에 따르면, 이 설치는 미술이 무언가를 표현하는 대신에 무언가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며, 참여자들이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으며 각자 다른 기억으로 완성되는 작업이다

이강소, 나무의 기억-1, 2009, 혼합재료, 300 x 150 x 150 cm (x2)

<나무의 기억-1>은 작가가 경주를 방문했을 당시 버려져 있던 옛 분황사의 잔해들을 구입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방문하였던 경주와 분황사의 추억, 오랜 한옥에서의 거주 경험과 옛 건축물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긴 세월 동안 역사적인 장소에서 차곡차곡 기억을 쌓아온 나무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 작업은 분황사의 종각 기둥이었던 배흘림기둥 세 개와 그 위에 걸쳐져 있는 상인방(창이나 문의 상부를 가로지르는 나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체된 집의 내부 건축자재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오래된 사찰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기둥 주변을 거닐며 건물의 안과 밖을 오가고, 오래된 나무가 가진 기억을 읽고 상상할 수 있다

또한, 서울박스에 동일한 형태로 놓인 쌍둥이 기둥들은 전시 벽면에 설치된 거울에 반사되어 두 개에서 네 개로 또 여덟 개로 점점 확장되어 간다.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는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오래된 나무의 기억은 참여자와 작품 사이를 유영하며 또다시 참여자의 경험을 머금고 새로운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나무의 기억을 주제로 한 이 작업은 인식에 관한 비인간과 인간의 구분을 회의하고, 객관적인 현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경험과 기억에 따라 모든 것의 본질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작가의 통찰을 담고 있다.

이강소, 대론, 1994/2024,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16min. 3sec. 

이 작업은 이강소가 1994 년 티베트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수백 명의 승려들이 격렬하게 대론(對論)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대론이란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토론과 논쟁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구축해 가는 과정으로, 티베트 불교 승려 교육의 중요한 방식이다. 이는 개인의 독단을 넘어서 서로의 의견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초월하여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을 의미한다. 사고의 주체이자 행위의 주재자로서 마음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였던 신유학과 불교에 큰 관심이 있었던 작가는 이 장면에 깊은 감명을 받아 이를 영상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영상에는 승려들이 서로 논쟁하며 손뼉을 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여느 진리가 그러하듯이, 투사된 영상은 흐릿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이어지는 대화는 웅성거리지만, 명확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소리와 영상은 참여자들의 상상 속에서 변화무쌍한 다중우주로 확장되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강소, 청명 淸明 – 21021,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물감, 260 x 400 cm (x3) 

12m 에 달하는 대형 캔버스에 서예적 기법을 연상시키는 도상을 펼쳐 놓은 청명 연작 중 한 작품이다.  ‘청명’의 힘을 실어 휘갈겨 쓴 듯한 획은 그림 같기도 하고 문자 같기도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의미를 읽어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서예적 형태는 특정한 뜻을 담은 글이나 그림이 아니며,  즉흥적인 태도와 작가의 기운, 그리고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이다. 이는 관객에게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고, 바라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작품을 끊임없이 새롭게 완성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한편, 일필휘지의 역동적인 붓질과 대담한 여백은 선의 아름다움과 비움의 미학을 드러낸다.  작가는 목적과 지향성을 배제하고 붓과 혼연일체가 되어 생동하는 기운을 실험하였으며,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이라도 작가의 내면과 도구인 붓, 그리고 외부 환경의 합일을 이루고자 하였다. 또한 의미 없는 붓질을 통해 전통적인 서예나 회화의 범주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였다. 

Atmospheric image Atmospheric image
Atmospheric image Atmospheric image
Atmospheric image Atmospheric image